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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에세이] 과학발전이 인류에 유익하기만 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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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13 / 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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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생산한 플라스틱의 총량이 얼마나 되는지 상상해 본 적 있는가? 비닐 랩으로 지구 전체의 표면을 포장할 수 있을 정도라 하니 어마어마하다. 전 세계 지층에서 닭 뼈가 발견되기 시작한 것은 어떠한가. 공장식 대량생산으로 한 해에 600억 마리의 닭이 소비되고 있는 현실이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포유류 중 야생 포유류의 양은 사람과 가축을 합한 양에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적다는 연구결과도 있으니 인류가 오늘날 생물상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생각해 보게 한다. 이 순간에도 인간은 지구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잊지 말자.

인류세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마치 인류가 내야 하는 세금의 한 종류가 아닐까 하는 오해를 부를 법하지만 전혀 다른 뜻을 가지고 있다. 인류세는 지질시대를 나누는, 아직은 비공식적인 용어이다.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플라스틱, 알루미늄, 콘크리트 같은 기술 화석의 흔적이 토양에 남겨지기 시작하며 등장한 용어라 볼 수 있다. 2000년 국제 지권·생물권 프로그램에 참석한 파울 크뤼천(Paul Crutzen)이 “우리는 더 이상 홀로세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인류세에 살고 있다”고 선언하며 등장했다. 현재의 시대를 포함하는 단위인 ‘-세(cene)’가 인류를 뜻하는 단어와 만나며 만들어진 것이다. 하지만 지질학의 입장에서 산업혁명 이후의 역사가 짧고 증거가 불충분해 공식적인 용어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지질시대를 나누는데 가장 핵심이 되는 기준은 생물종의 변화다. 공룡 출현 전과 후를 고생대와 중생대로 나눈 것을 떠올리면 이해할 수 있다. 공룡이 멸종하고 포유류가 번성하며 시작된 신생대는 제3기와 4기로 구분된다. 제4기에는 현생 인류가 진화한 플라이스토세와 농경이 시작된 신석기 시대를 포함하는 홀로세로 구성되어 현재 우리는 홀로세에 살고 있다.

하지만 더 이상 홀로세가 아니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홀로세의 기후 안정성이 점점 사라져 새로운 시대가 등장했다는 입장이다. 인류세를 나누는 시점은 18세기와 1950년대를 많이 꼽는다. 18세기는 산업혁명으로 인한 화석연료의 사용이 폭발적으로 증가해 탄소 배출량이 급격하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반면 1950년대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자본주의 산업화가 일어났으며 당시 처음 실시된 핵실험이 토양의 구성 성분을 영구적으로 변화시켰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인류세’의 시작을 어디로 두어야 하는지보다 새로운 개념이 등장했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이전에 있던 다섯 차례 대멸종의 원인은 소행성, 화산폭발, 기후변화와 같은 외부적인 원인들의 결합으로 볼 수 있지만 단 한 번도 존재하는 생명체가 대멸종의 원인인 경우는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문명과 기술 발달을 주도한 인류의 존재 자체로 지구의 멸종을 주도하고 있는 상황이 온 것이다.

인류세의 기점으로 보는 18세기와 1950년대의 공통점은 화석연료 의존성이 높아지며 기후변화가 발생한 시점이다. 산업혁명 이후 지구의 온도는 약 1.3℃ 상승했다. 과학자들은 1.5℃ 상승을 티핑 포인트, 2℃ 상승은 지구의 임계점이라 본다. 지구의 온도 상승을 막기 위해 이제는 과학이 지구 보존에 힘쓸 시간이다. 화석연료 태우기를 멈추고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증가를 막아야 할 것이다. 탈탄소화 시대를 만들기 위해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한 시점에 등장한 것이 신재생에너지다. 그중에서도 수소는 에너지의 저장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탄소 감소를 위해서는 석탄 석유 천연가스와 같은 기존 에너지원의 붕괴가 필수적이다. 패러다임의 변화는 신재생에너지의 저장 보관 운반 기술의 발달로 경제적 효율성을 인정받을 때 시작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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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세라는 새로운 용어의 등장은 생태계의 변화가 도래되었음을 보여준다. 이 등장이 섣부르다는 의견도 있지만 긍정적인 시선으로 볼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여섯 번째 대멸종의 원인으로 인류가 지목받는 역사는 너무나 부끄럽지 않겠는가. 이제는 지속 가능한 과학 기술을 고민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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